새 경호원이 온 날 마스터마인드의 귀가 흥미로움에 쫑긋거렸다. 보통 경호원은 늑대, 여우, 하다못해 고양이나 개가 오는데 그날 마스터마인드 앞에 나타난 것은 토끼였다. 여리여리한 토끼라는 평소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다부진 몸과 얼굴의 흉터가 눈에 보였다. "난 경호원을 찾았지 토끼를 찾은 적이 없는데?" "토끼가 경호원을 하지말라는 법은 없지 않습니까? 사내의 노란 눈과 검은 귀를 보며 마스터마인드는 웃음 지었다. "여리여리한 토끼가 나를 경호하기에는 일이 벅차거든." "맡겨보시죠." 그 재수 없다는 백여우로 태어나서 온갖 욕은 다 들었다. 그 재수 없는 백여우가 가문의 가주이자 회사 회장으로 있으니 눈엣가시로 여기고 뒤를 노리는 것들이 어찌나 많더니. 주기적으로 경호원을 바꿔야만 했다. 더구나다 경..
마족들이 휩쓸고 지나간 벨더는 조금씩 예전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파괴 당한 고향을 복구하고 정리하고 새로 만들어간다. 우리도 뭐 도울 것이 없을까-? 엘소드가 내뱉은 한마디에 일행들에게 각자 일이 떨어진다. 부탁하지! 노엘의 한마디에 등이 떠밀리듯이 일행들은 일을 돕기 위해 흩어졌다. "그럼, 레이븐씨 당신은 서쪽 외곽 성문 수리하는 곳을 부탁해도 될까?" "물론이지." 서쪽 성문이라. 옛날에는 자주 그 성문을 통해서 야외 훈련을 나갔다. 세리스는 서쪽 성문을 통해서 나가는 길에 보이는 들판을 좋아했다. 여름이면 노란꽃이 만발하는 들판을 배경으로 서 있는 그녀는 마치 그 들판의 여신 같아 보였다. 추억의 단편을 떠올리며 서쪽 성문으로 향한다. 이..
날씨가 좋아, 그리 말하는 순간 바람이 불었다. 들판의 꽃잎들이 사방에 휘날린다. 바람에 휘날리던 꽃에서 시선을 뗀 엘소드는 여전히 말없이 이젠 붉은색이 되버린 자기장을 휘감고 있는 레이븐을 보았다. 당신처럼 되고 싶었다. 당신의 망토처럼 새하얀, 당신의 검처럼 날카로운 기사가 되고 싶었다. 당신은 내 우상이었다. 당신은 내 스승이었고, 내 목표고... "형, 한발짝이라도 더 다가오면 좋지 않은 시간을 보내게 될거야." 대답 대신 한발짝 다가온다. 바람이 멈춘다. 모든게 멈춘 것만 찰나 검이 엘소드의 갑옷을 부수고 살을 비집고 들어온다. 각오는 했지만 망설임 없는 행동이 아프다. 엘소드는 부활석을 꽉 쥐었다. 심장만 뛴다면 어떤 상처든 회복 시켜준다는 연금술사들의 보석. 물론 부작용도 나중에 어마어마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