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가 되고 싶다.‘ 그렇게 생각했다. 나도 저 사람처럼 강해지고 싶다고 생각했다. 전기를 흡수하고 방출하는 능력자면서 오히려 전기에 타격을 입은 반푼짜리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가족들도 걱정하고, 친구들도 비웃는 그런 꿈이었지만 히어로가 되고 싶었고, 티비 속의 그 사람처럼 되고 싶었다. 마음 속에 품은 그건 틀림없이 동경이었다. 커져가는 동경에 이끌려 상경하고 존경하는 이가 있는 에델로즈에 들어왔다. 그리고 거기서 만난 사람은- “너 이번에 새로 들어왔다면서?”“하?”“오렛치는 쥬오인 카케루! 에델로즈의 몇 없는 힐러지!”“코우가미 타이가.” 손을 내밀고 당당히 말하면서 웃는 얼굴이 참 속 편하게 보인다고 첫만남 때 그렇게 생각했다. “너 카즈키 선배처럼 전류 능력자라면서? 카즈키 선배처럼 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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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산에 가자. 같이 살자. 오늘밤에 떠나자. 허락 받고 올게. 그 약속을 믿고 기다려겠지. 그런데 돌아온 것은 사람을 홀렸다는 누명과 봉인이었다. 기다리던 사람은 오지 않았다. 얼마나 사람들이 미웠을까. 얼마나 불안했을까. 자신이 사랑한 사람이 자신을 배신 했을지도 모른다는 그 생각에 잡아먹혀가며 오랜 시간 괴로워했겠지. 목을 조르는 손길과 휘몰아치는 생각에 허우적거리면서 손을 뻗는다. 부드러운 붉은 머리카락이 잡힌다. 사람으로 변신해도 옷자락 아래도 꼬리가 보이거나 귀가 튀어나는 둥 엉뚱한 면이 있었지. 긴 붉은 머리카락처럼 동물로 변했면 털도 꽤 길었지. 착했다. 한없이, 착하고 착한 연인. 손에서 머리카락이 빠져나간다. 산소가 부족한 폐가 비명을 지른다. 사과해야할테데, 사과를, 해야, 겨우 ..
-십육야의 밤의 꿈길에서 만나요. 각오를 했다면 지나가세요. 이제 현세로는 돌려보내지 않아요. 찰나의 사랑을 노래한다고 해도...노랫소리와 함께 눈이 떠졌다. 할머니 댁 천장. 그래, 정신을 잃었지. 멍하니 천장을 보며 기억을 더듬어 간다. 휴대폰을 확인하니 부모님에게 문자가 몇 통 와 있어서 거기에 답장을 하고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다. 대충 먹을것을 찾아서 먹고 다락방을 한 번 더 확인한다. 부적이 새 부적이다. 적어도 어제 일이 꿈은 아니라는 거군. 신사에서 왔다고 했으니까 신사에 가볼까.신사로 가는 길은 기억하고 있다. 논밭을 가로질러 산길을 걸어 올라가면 있는 신사를 떠올렸다. 그러보니 그 신사에서 모시던게 뱀이었던가. 기억났다. 옛날에 들은 이야기. 옛날에 이 마을에 사람을 홀리던 여우가 살..
어릴 적 시골 할머니 댁에 갔을 때 일이었다. 부적을 덕지덕지 붙여놓은 다락을 발견하고 호기심을 느끼고 다가가 갔을 때 처음으로 그 소리를 들었다. 다락방 넘어 희미한 흥얼거림. 누군가의 노랫소리. 어린 마음에 다락방에 누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문을 열려고 했지만, 손잡이에 손이 닿지 않아 할머니에게로 달려가 다락방에 누가 있다고 말했다. 그 때 할머니는 세상이 무너질 듯이 놀라 하시며 어린 내 등을 내려쳤다. 이유도 모르고 맞은 뒤 엉엉 울면서 엄마에게로 갔었다. 할머니의 성난 목소리가 뒤를 따라왔다. 긴 아무도 없어! 할머니의 목소리와 왜 때리느냐는 어머니외 목소리가 충돌했다. 그 뒤 할머니 댁에는 가보지 못했다. 그게 아마 유치원 때쯤이었을 것이다. 초등학교 5학년쯤 돼서 그 일이 생각나서 ..
"고민이 있어?""뭔데?""말 못 해."뭐 그딴 고민이 다 있냐고,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꾸욱 눌러 담은 몬도는 죠지가 심각한 얼굴로 보고 있는 잡지를 보았다. 저거 얼마전에 우리가 인터뷰한 게 실려 있는 잡짖 아닌가? 인터뷰는 잘 나왔을테데 왜 저런 심각한 얼굴인건지 알 수가 없지만 지금은 잡지를 볼 시간이 아닌 건 안다.아직 사진 촬영이 남았는데 저렇게 뚱해 있으면 촬영이고 뭐고 안 되니 잡지를 치우고 죠지의 붙잡고 촬영장으로 향했다. 질질 끌려오면서 어떻게 하냐고 울먹이던 죠지도 촬영이 시작되자 평소처럼 돌아왔기에 맴버들 전원 그리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촬영을 끝냈지만 촬영이 끝나자마자 다시 축 늘어지려는 죠지를 보며 맴버들은 고민에 빠졌다."혹시 사채라도 쓴 거 아냐?""에이, 아무리 죠지..
일요일 오후 3시. 가부키 연습이 끝나고 돌아오니 다들 어디 나간건지 조용한 기숙사의 풍경을 보던 유키노조는 식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냉장고에 들어 있는 빵과 찬장에서 꺼낸 홍차를 들고 식탁에 앉아 주전자의 물을 끓이려는 순간 카게루가 식당을 들어왔다. "어라라, 유키짱이네. 아아, 그렇지 잠시 이야기기 좀 해도 괜찮을까?" 무슨 말? 되물었지만 곤란하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꼬리를 흐린다. 뭔가 안 좋은 일이라도 생겼나 싶어서 주전자를 그대로 내려놓고 마주보고 앉는다. "혹시 최근에 그, 만나는 사람이라도 생겼어?" 순간 말의 의미를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아 아? 하는 멍청한 소리가 튀어나왔다. "타이가큥이 길에서 유키짱이 팔짱 끼고 가는 걸 봤다고 하더라고-." "언제쯤에?" "한 4일전쯤인..
나 하고- 침을 삼킨다. 아이스크림을 먹던 그가 입을 벌린체 자신을 돌아본다.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아 켁켁거리자 고개를 기우뚱 숙이며 저를 본다. 파란 눈동자에 빨려들어갈 것만 같다. 첫만남을 기억해본다. 프리즘 킹 컵에서 아마 스치듯이 봤을테지. 사실 그 때 마주쳤나? 싶기도 할 정도로 기억나지 않는다. 그를 똑바로 마주보게 된 것은 가부키 공연장에서였다. 우연히 고탄다가 들고온 표로 보게 된 공연은 지루했지만 공주로 나온 모습을 보고 반했다. 여자인 줄 알고 그 뒤에 공연을 보러갔고 길에서 마주쳤을 때 겨우 용기 내서 같이 가자고 했었다. 도착한 곳이 에델로즈 기숙사인 걸 알고 놀랬고 상대가 남자인 걸 알고 머리를 박을 뻔했다. 잊어야한다고 생각했지만 잊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몇 번이고 에델로즈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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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경호원이 온 날 마스터마인드의 귀가 흥미로움에 쫑긋거렸다. 보통 경호원은 늑대, 여우, 하다못해 고양이나 개가 오는데 그날 마스터마인드 앞에 나타난 것은 토끼였다. 여리여리한 토끼라는 평소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다부진 몸과 얼굴의 흉터가 눈에 보였다. "난 경호원을 찾았지 토끼를 찾은 적이 없는데?" "토끼가 경호원을 하지말라는 법은 없지 않습니까? 사내의 노란 눈과 검은 귀를 보며 마스터마인드는 웃음 지었다. "여리여리한 토끼가 나를 경호하기에는 일이 벅차거든." "맡겨보시죠." 그 재수 없다는 백여우로 태어나서 온갖 욕은 다 들었다. 그 재수 없는 백여우가 가문의 가주이자 회사 회장으로 있으니 눈엣가시로 여기고 뒤를 노리는 것들이 어찌나 많더니. 주기적으로 경호원을 바꿔야만 했다. 더구나다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