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3시. 가부키 연습이 끝나고 돌아오니 다들 어디 나간건지 조용한 기숙사의 풍경을 보던 유키노조는 식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냉장고에 들어 있는 빵과 찬장에서 꺼낸 홍차를 들고 식탁에 앉아 주전자의 물을 끓이려는 순간 카게루가 식당을 들어왔다. "어라라, 유키짱이네. 아아, 그렇지 잠시 이야기기 좀 해도 괜찮을까?" 무슨 말? 되물었지만 곤란하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꼬리를 흐린다. 뭔가 안 좋은 일이라도 생겼나 싶어서 주전자를 그대로 내려놓고 마주보고 앉는다. "혹시 최근에 그, 만나는 사람이라도 생겼어?" 순간 말의 의미를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아 아? 하는 멍청한 소리가 튀어나왔다. "타이가큥이 길에서 유키짱이 팔짱 끼고 가는 걸 봤다고 하더라고-." "언제쯤에?" "한 4일전쯤인..
나 하고- 침을 삼킨다. 아이스크림을 먹던 그가 입을 벌린체 자신을 돌아본다.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아 켁켁거리자 고개를 기우뚱 숙이며 저를 본다. 파란 눈동자에 빨려들어갈 것만 같다. 첫만남을 기억해본다. 프리즘 킹 컵에서 아마 스치듯이 봤을테지. 사실 그 때 마주쳤나? 싶기도 할 정도로 기억나지 않는다. 그를 똑바로 마주보게 된 것은 가부키 공연장에서였다. 우연히 고탄다가 들고온 표로 보게 된 공연은 지루했지만 공주로 나온 모습을 보고 반했다. 여자인 줄 알고 그 뒤에 공연을 보러갔고 길에서 마주쳤을 때 겨우 용기 내서 같이 가자고 했었다. 도착한 곳이 에델로즈 기숙사인 걸 알고 놀랬고 상대가 남자인 걸 알고 머리를 박을 뻔했다. 잊어야한다고 생각했지만 잊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몇 번이고 에델로즈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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