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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노조가 죠지에게 화가 난 이야기

dpfm 2018. 6. 2. 22:36
"고민이 있어?"
"뭔데?"
"말 못 해."
뭐 그딴 고민이 다 있냐고,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꾸욱 눌러 담은 몬도는 죠지가 심각한 얼굴로 보고 있는 잡지를 보았다. 저거 얼마전에 우리가 인터뷰한 게 실려 있는 잡짖 아닌가? 인터뷰는 잘 나왔을테데 왜 저런 심각한 얼굴인건지 알 수가 없지만 지금은 잡지를 볼 시간이 아닌 건 안다.
아직 사진 촬영이 남았는데 저렇게 뚱해 있으면 촬영이고 뭐고 안 되니 잡지를 치우고 죠지의 붙잡고 촬영장으로 향했다. 질질 끌려오면서 어떻게 하냐고 울먹이던 죠지도 촬영이 시작되자 평소처럼 돌아왔기에 맴버들 전원 그리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촬영을 끝냈지만 촬영이 끝나자마자 다시 축 늘어지려는 죠지를 보며 맴버들은 고민에 빠졌다.
"혹시 사채라도 쓴 거 아냐?"
"에이, 아무리 죠지지만 그건 아닐거에요."
"가서 물어보고 와, 몬도."
"억, 내가 왜?"

등을 떠밀려 죠지 앞으로 간 몬도는 그가 들고 있던 잡지를 빼앗아 인터뷰 페이지를 살펴보았지만 딱히 이상한 이상한 점은 보이지 않는다.

"뭐가 문제야?"
"우어어..."
"인간의 언어로 말해."

널부러져서 괴상한 소리를 내며 손가락으로 잡지 한 페이지를 가르킨다. 이상형이 있나요? 라는 질문이다. 동글동글한 인상의 키가 작고 지켜줄 수 있는 여자아이 라고 답했지.

"애인이 이걸 보고 화냈어. 자기는 작지도 않고, 귀엽지도 않고, 동글동글하지도 않다고 이상형이 아니라고..."
"대본이라고 말해....잠시만!"

애인? 누가? 죠지가?

"대본이라고 설명하려는데 잡지 자체를 바닥에 패대기치고는 가버리는거야. 그리고 분홍머리한테 쫓겨났어."
"애, 애인이 어디 사는데?"
"....대표님한테 말하지는마."
"뭐? 누구랑 사귀는건데?"
"에델로...즈...."

단어를 잘못 들었나? 귀를 손가락으로 파고 다시 물어도 똑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에델로즈? 거기 남자 밖에 없는데? 남자랑 사귄다고? 아니, 남자인 건 둘째치고 에델로즈 소속이라고? 어디서 태클을 걸어야하는 건가 싶어지면서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일단 진정하자, 몬도. 일단 안 들키면 될테고 사람이 아니게 되고 있는 이 리더부터 다시 사람꼴로 만들어야겠지.
"대본이라고 설명 해줬어?"
"전화 안 받아...으아...찾아가면 쫓겨날거야..."
"문자는?"
"보내봤는데 답이 없어."
"선물이라도 사서 보내봐."
그 말에 흐느적거리며 겨우 일어난다. 다른 팀원들에게는 그냥 애인이랑 문제가 있다고만 전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몬도는 그 자리를 떠났고 죠지도 선물에 대해서 고민하며 외출 준비를 서둘렀다. 뭘 좋아할까? 옷 같은 건 비싸고, 지금 있는 돈도 별로 없는데 꽃다발 주면 좋아해줄까. 그에게 어울리는 꽃을 떠올려본다. 다 잘 어울리는데 역시 장미 꽃다발이 좋을까. 안개꽃이랑 섞는 것도 좋고, 마음 같아서는 백송이를 건내주고 싶다. 빨간 장미도 어울리겠지만 다른 색은 어떨까. 꽃집에 들린 죠지는 천천히 진열 되어있는 장미들을 살펴보았다.
화려하게 핀 그를 닮은 붉은 장미에 그의 비녀와 색이 비슷한 노란 장미에 분홍색 안개꽃이 보여 안개꽃도 같이 섞는다. 빨간 리본으로 포장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가게를 나서서 길 모퉁이를 도는 순간 마치 큐피트가 선물이야! 라고 하듯이 유키노조와 마주쳤다.
"어..어...유키?"
누군가와 문자라도 하고 있었는지 휴대폰을 든체 빤히 쳐다보고 미간에 살짝 주름이 잡힌다.
"미안해!!"
"뭐?"
"그 인터뷰는 대본이었지만 그렇게 말한게 기분 나빴다면 사과할테니까 싫어...하지말아줘."
꽃다발을 내밀자 미간에 잡혔던 주름이 펴진다. 손을 뻗어 꽃다발을 받아 꽃잎을 만지작거리던 그가 작게 중얼거렸다.
"대본일거라고 예상했어. 예상했지만 그래도 화를 내는 내 자신이 이상하기도 하고, 화가 나 있었는데 네가 이런 걸 주니까 화가 풀려버리는 것이 바보 같은데 이상하기도 하고..."
그제야 피식 웃는다.
"다음에는 대본에 그렇게 적혀 있어도 여자애는 붙이지 말아줘."
"무, 물론이지!"
"근데 죠지, 네가 생각하고 산 건 아닐거라고 생각하지만 꽃말은 알고 산거야?"
"에? 아니, 그냥 유키한테 어울릴 거 같아서 샀는데 이상해?"
"아니, 안 이상해."
"그러면 이제 화 풀린거지?"
"나도 이상한 점에서 화를 낸거니까 나도 사과하지, 죠지."
"기왕 만난김에 데이트 할래?"
노란 장미, 빨간 장미, 분홍색 안개꽃. 꽃말 안 가르쳐줘야지. 가르쳐주면 죠지는 분명 부끄러워하면서 앞으로는 안 사줄테니까. 속으로 말을 삼키고 유키노조는 미소 지으며 죠지의 손을 잡았다.
"좋아, 죠지."